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웰니스 노트

91세 어머니의 식사법 — 지금 내 몸을 따르는 지혜

by energy7 2025. 6. 2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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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머니의 밥상에는 기준이 있다.

어머니와 함께 밥을 먹는 일은, 그 자체로 공부다.
그분의 식단에는 아무 음식이나 올리지 않는다.
어머니는 늘 한 끼 한 끼, 본인의 몸 상태에 따라 섭취 여부를 판단하신다.
입맛이 아니라 몸이 반응하는 방식에 따라 음식을 선택하시는 분이다.

“이건 소화 안 돼.”
“이건 나한테는 잘 맞아.”
그 말씀은 그냥 기호가 아니라, 몸을 오래 지켜본 사람만이 가질 수 있는 통찰이다.


“내 몸은 내가 제일 잘 알아야지.”
어머니는 60세 즈음 자궁적출 수술을 하셨고,
70세에는 폐암 1기 진단 후 수술을 받으셨다.
담배를 한 번도 피우신 적 없는데도 폐암 진단을 받았을 때는 가족 모두가 놀랐지만,
그 이후로도 어머니의 식습관은 달라지지 않았다.

늘 본인의 체질, 컨디션, 소화 상태를 민감하게 살피며,
지금까지도 하루 세끼를 지키고 계신다.
고혈압 약은 복용하고 계시지만,
당뇨나 고지혈증은 한 번도 없으셨다.

그 비결은 “안 맞는 음식은 절대 안 먹는 것”이었다.

 


어머니의 식단 철학: 입보다 몸을 기준으로
지금도 어머니는 새로운 음식을 처음 대할 때 이렇게 말씀하신다.
“이건 나랑 안 맞을 수도 있어. 먹고 나서 가슴이 답답하면 다음부턴 안 먹을 거야.”

돼지고기는 아무리 좋은 부위라도 피하신다. 소화가 안 되기 때문.
양배추는 배에 가스가 찬다며 드시지 않지만, 무생채, 열무김치는 좋아하신다.
항상 미지근한 물, 따뜻한 국물을 찾으시고
여름이라도 차가운 음식은 거의 드시지 않는다.
어머니는 몸이 차가운 체질이라 원래 닭고기는 잘 맞는 음식이지만,
최근 들어 자주 겪는 방광염 증상 때문에
염증을 유발할 수 있는 닭고기 섭취는 당분간 중단하셨다.
“예전엔 닭고기 먹고 속이 편했는데, 요즘은 몸이 축축한 느낌이 들어.”

그 말에 담긴 메시지는 분명하다.
"체질보다 더 중요한 건 지금 내 몸 상태다."

또한, 어머니는 기본적으로 고기를 선호하시지는 않지만,
대신 근육 유지와 기력 보충을 위해 소고기를 매일 50g씩 섭취하시도록 식단을 조정해드리고 있다.
단백질은 어르신 건강의 핵심이라는 걸 잘 알고 계시기 때문이다.

그리고 한 달에 두 번은 양고기 요리도 챙겨드린다.
“양고기는 여자에겐 보약 같대.”
어머니는 그 말을 믿고 기꺼이 받아들이신다.

식사는 곧 약이자, 건강한 습관의 집약체라는 사실을
이 연세에도 여전히 배우고, 실천하고 계시는 모습이다.


“민감하다는 건 살아 있다는 것”
우리는 종종 '예민하다'는 걸 부정적으로 본다.
하지만 어머니를 보면 느낀다.
자신의 몸 상태에 민감하다는 건, 자기 몸을 잘 살피고 있다는 증거라는 걸.

어머니는 음식 하나를 드시고도
"이건 속이 따뜻해지는 느낌이야."
"이건 목이 매워서 나랑 안 맞아."
하고 표현하신다.

나는 그 모습에서 배운다.
식사는 단순히 배를 채우는 일이 아니라, 몸을 관찰하고 돌보는 시간이라는 것을.

내가 배운 밥상의 지혜
요즘은 나도 한 끼를 그냥 넘기지 않으려 노력한다.

한 가지를 먹더라도 내 몸에 원기가 더해지는, 도움이 되는 음식을 섭취하려는 노력을 하고 있다.
이 음식이 나에게 어떤 느낌을 주는지, 소화는 잘 되는지,
먹고 나서 기분이 좋은지 무거운지를 가만히 느껴보려 한다.

어머니처럼 예민하게,
하지만 그게 건강을 위한 지혜라는 걸 믿으며.


마무리..
91세라는 연세에도 당뇨도 없고, 고지혈도 없으며,
하루 세 끼를 스스로 챙기시는 어머니.
그분에게 건강은 약이 아니라, 식습관에서 온 결과물이었다.

음식은 약이 될 수도 있고, 독이 될 수도 있다.
그 차이를 아는 사람만이 건강을 지켜낼 수 있다.


나는 이제야, 어머니가 왜 그렇게
한 끼 한 끼를 조심스레 대하셨는지 조금 알 것 같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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